하루 한 대꼴로 사라지는 은행 ATM…편의점에서도 줄었다

은행에서 현금을 찾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9개 은행이 운영하는 ATM이 약 2년 사이 1,307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은행 ATM의 대체재 역할을 해왔던 편의점 ATM까지 2,265곳에서 사라졌습니다.
은행과 편의점의 ATM 감소를 합치면 약 3,500대가 줄어든 셈입니다.
모바일뱅킹과 간편결제가 일상화되면서 금융권의 ATM 효율화가 빨라지고 있지만, 현금 사용이 여전히 필요한 고령층과 지방 거주자들에게는 또 다른 금융 접근성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년 만에 1,307대 감소한 은행 ATM
올 상반기 말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부산·경남·iM·광주·전북은행 등 5개 지방은행이 운영하는 ATM은 총 1만7,647대입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19대가 감소했고, 2024년 말과 비교하면 1,307대가 줄었습니다.
단순히 기간으로 나눠보면 하루에 한 대꼴로 ATM이 사라진 셈입니다.
ATM 감소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은행 영업점 축소입니다.
은행들은 수익성과 운영 효율성을 이유로 영업점을 폐쇄하거나 인근 점포와 통합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점포 내부에 설치된 ATM까지 함께 철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은 올 상반기 2,201곳으로, 1년 전 2,252곳보다 51곳 감소했습니다.
은행 지점이 줄어들수록 ATM 역시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구조입니다.
지방은행 ATM 감소율이 더 가파르다
감소 폭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또 다른 특징이 나타납니다.
올 상반기에는 시중은행에서 221대, 지방은행에서 98대의 ATM이 줄었습니다.
절대적인 감소 대수만 보면 시중은행이 많지만, 감소율로 따지면 지방은행의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시중은행 ATM은 약 1.4% 감소한 반면 지방은행은 약 3% 감소했습니다.
지방은행은 애초에 영업점과 ATM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기기 한 대가 사라졌을 때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불편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대도시와 달리 주변에 다른 은행이나 편의점 ATM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는 ATM 하나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믿었던 편의점 ATM도 2년 새 2,265곳 감소
은행 ATM이 줄어들면서 그동안 대안으로 꼽혔던 곳이 편의점이었습니다.
하지만 편의점 ATM 역시 감소하고 있습니다.
GS25,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 3사에서 ATM이 설치된 점포는 올 상반기 기준 2만8,783곳으로 집계됐습니다.
2024년 말 ATM 설치 점포가 3만1,048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사이 2,265곳이 감소한 규모입니다.
편의점 입장에서도 ATM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무조건 이익은 아닙니다.
ATM을 설치하면 관리비와 통신비, 각종 유지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용자가 충분하지 않다면 ATM이 오히려 점포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용률이 낮은 ATM부터 철거하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은행이 문을 닫았더라도 편의점에 가면 현금을 찾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은행 ATM이 없으면 편의점 ATM을 이용하면 된다'는 공식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마트키오스크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은행들은 ATM을 무조건 없애는 대신 보다 많은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키오스크 등 고기능 자동화기기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4대 시중은행의 스마트키오스크 등 고기능 자동화기기는 2023년 말 704대에서 올 상반기 792대로 증가했습니다.
약 1년 반 동안 88대 늘어난 것입니다.
문제는 규모입니다.
2년 동안 사라진 일반 ATM이 1,307대인데 고기능 자동화기기는 88대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기존 ATM의 단순한 대체 수단으로 보기에는 숫자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용 편의성입니다.
스마트키오스크는 일반 ATM보다 다양한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지만, 화면 구성이 복잡하고 조작 단계가 많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장벽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은행의 효율화와 금융 접근성 사이
은행 입장에서는 ATM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모바일뱅킹과 간편결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현금을 직접 인출하는 이용자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량이 적은 ATM을 전국 곳곳에 유지하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금융권의 효율화 논리 자체를 잘못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모바일뱅킹에 익숙한 것은 아닙니다.
전통시장에서 현금 거래를 많이 하는 상인이나 디지털 금융 서비스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 ATM은 여전히 중요한 금융 인프라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TM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아니라, 줄어든 ATM을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입니다.
농어촌에서 더 크게 느껴지는 금융 공백
ATM 감소의 문제는 특히 지방과 농어촌 지역에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은행 영업점이 없는 지역에서는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버스나 차량을 타고 다른 지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주변 편의점 ATM까지 사라진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현금을 찾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장소가 상당히 멀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모바일뱅킹으로 대부분의 금융 업무를 해결할 수 있지만,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금융 서비스 접근 자체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모든 연령층이 같은 속도로 편리함을 누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ATM 감소, 단순한 기기 철거로 봐야 할까
ATM 한 대가 사라지는 것만 놓고 보면 작은 변화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 영업점이 줄고, 편의점 ATM까지 함께 감소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대체 수단이 부족한 지방과 농어촌에서는 현금 접근성이 빠르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ATM 감소 현상은 단순한 기계의 숫자 변화가 아니라 우리 생활 속 금융 인프라가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모바일뱅킹과 간편결제가 더욱 확대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보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은행과 편의점의 ATM이 줄어드는 속도만큼 새로운 금융 접근 수단이 충분히 마련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부모님 세대에게 ATM은 여전히 '은행'과 금융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창구입니다.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이동하는 과정에서 누구도 금융 서비스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금융권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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